제이, 규현·백현 위에 있다…SM 뮤지컬 '싱잉인더레인'

김한비 기자 | 기사입력 2014/05/29 [10:12]

제이, 규현·백현 위에 있다…SM 뮤지컬 '싱잉인더레인'

김한비 기자 | 입력 : 2014/05/29 [10:12]

▲ 【제공=뉴시스】 제이, 록밴드 '트랙스' 보컬 겸 뮤지컬배우


▲ 【제공=뉴시스】제이, 록밴드 '트랙스' 보컬 겸 뮤지컬배우

 
아이돌 그룹 제국인 SM엔터테인먼트의 록밴드 '트랙스' 멤버 제이(31)는 2007년 목 수술을 받았다. 목을 못 쓸 수도 있다는 경고에도 성대 낭종의 뿌리가 너무 깊어 수술을 받고 치열하게 재활했다.

2010년 '가슴이 차가운 남자' 등의 앨범을 발표했으나 반향은 크지 않았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일에 지쳐 있어서 연예계를 떠날 생각을 하고" SM의 이수만(62) 대표 프로듀서에게 상의까지 했다. "외국어(영어)를 하기 때문에 지인과 사업을 같이 하자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다가 그해 말 우연히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에 출연할 기회가 생겼다. 제이는 "내가 노래 좀 한다고 쟁쟁한 뮤지컬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에 나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처음에는 고사했다.

그런데 "대본을 읽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감히 욕심"을 부렸다. 10대 때 가수가 되고 싶은 열망이 타오른 이후 처음으로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이 솟아 올랐다. "뮤지컬을 하면서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었어요. 첫 공연을 끝내고 관객들의 인사를 받는데 처음 느껴보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감정이 있었어요. 앞으로 이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뮤지컬은 제이에게 그렇게 하나의 큰 의미로 자리매김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진 켈리(1912~1996)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 역시 제이에게 새로움을 솟아오르게 하는 뮤지컬이다.

지난 3월 소집해제 뒤 복귀작이자 '로커'인 그가 연예계 데뷔 후 처음으로 화려한 춤 동작을 선보인다. 주인공 '돈 락우드'를 맡은 제이는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탭댄스를 추며 주제곡 '싱잉 인 더 레인(Singin' in the Rain)'을 부르는 장면 등 고난도의 춤을 위해 하루 13~14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병역 의무를 마친 뒤 처음으로 미디어와 만난 제이는 "너무 힘들다"면서도 얼굴에는 밝은 기운이 가득했다. 홀쭉해진 모습이 연습량을 대변했다.

로커로서 발레와 재즈 댄스 등의 기본이 되지 않았던 그는 "배워서 임하다 보니 하루 연습량이 많다"면서 "몸에 무리가 갈 정도"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32년 만에 몸을 많이 쓰다 보니 힘드네요. 새벽까지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고전적인 외모의 제이는 오디션 심사위원들에게 락우드 역에 안성맞춤이라는 평을 받았다. 드라마 '하자전담반 제로' '프레지던트' 등를 통해 인정받은 연기력도 한몫했다.

춤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막판까지 고민을 했다. 결국 제이의 연습량과 의지를 믿고 그를 발탁했다. 제이 역시 "좀 더 실력이 쌓였을 때 하면 좋겠지만 우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부딪혀 보자"라는 의지로 출연을 결심했다.

"춤 위주의 작품인 것 같지만, 드라마도 많아요. 흘러가는 드라마를 못 살리면, 춤의 느낌이 살지 않죠. 기술도 기술이지만, 표정 등 춤 출 때 온몸에 드라마의 감정이 묻어날 수 있게 노력 중입니다."

"대사나 노래가 틀리면 임기응변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춤은 그것이 불가능하니 밤마다 악몽을 꾸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답은 연습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춤을 단기간에 배워서 농구를 순식간에 몸에 익힌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나중에 감을 잃을까 걱정이 된다. "공연이 시작하면 쉬는 날에도 두 세시간씩 연습을 해야할 것 같아요.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형제는 용감했다'를 시작으로 '락 오브 에이지' '삼총사' 등의 뮤지컬에 잇따라 출연하며 주가를 높였다. '싱잉인더레인'은 제이의 4번째 뮤지컬 출연작이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컬처앤콘텐츠(SM C&C)가 제작하는 첫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제이가 이 중요한 작품의 주축인 셈이다. "SM이 제작하는 뮤지컬에 아이돌 나오고 '뭐하러 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 가수들의 무대 진출에 대한 편견이 실력으로 깨지고 있듯, 좋은 작품을 선보이면 더 많은 관객들이 차차 인정할 거라고 생각해요. SM 뮤지컬에 대한 편견, 가수에 대한 편견을 깨는 건 저를 비롯한 배우들의 몫이죠."

락우드 역에는 제이와 함께 같은 SM 소속인 한류그룹 '슈퍼주니어'의 규현(26), 대세그룹 '엑소'의 백현(22)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팬덤 등으로만 따지면, '삼총사' '캐치 미 이프 유 캔' '해를 품은 달'로 뮤지컬스타로 거듭난 규현, '싱잉인더레인'이 뮤지컬 데뷔작이나 가장 '핫'한 스타인 백현 쪽으로 관객들이 몰릴 듯하다. 하지만 '싱잉인더레인'의 스트라이커는 제이다. 그의 이름이 맨 앞에 나올 뿐만 아니라 6월5일 개막 공연 무대에 오른다.

"규현이랑은 '삼총사'에서 달타냥을 함께 연기했어요. 저는 세 번째 뮤지컬이었고, 규현이는 첫 작품이었죠. 이후에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확실히 좋아졌더라고요. 백현이는 뮤지컬에 대한 열정이 커서 바쁜 가운데도 정말 열심히 해요. 많이 물어봐서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했어요."

잔잔한 넘버가 주를 이루는 '싱잉인더레인'에서는 '락오브에이지'처럼 제이의 '지르는' 가창력을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고음만 잘 낸다고 노래를 잘한다고 평할 수는 없는 법, '싱잉인더레인'에서는 제이의 다양한 목소리의 결로, 좀 더 풍성상 가창력을 새삼 만끽할 수 있다. "본래 하드한 음악보다는 잔잔한 음악을 좋아해요. 시작은 하드한 음악으로 했지만, '콜드플레이' 같은 브릿팝을 좋아하죠. 이번에 좀 더 풍성한 가창을 들려드릴 수 있을 듯해요."

2004년 트랙스 싱글 앨범 '패러독스'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딘 제이는 어느덧 데뷔 10년을 맞았다. "사실 믿기지가 않아요. 아직도 20대 같고요. 10년 동안 재미있게 잘 살았죠.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뮤지컬과 드라마를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어요. 그 모든 것이 제게 도움이 됐죠."

이제 그 부분들을 가지고 뮤지컬의 2막처럼,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죠. '싱잉인더레인' 역시 첫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트랙스 활동도 병행하지만, 우선 '괜찮은 뮤지컬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물론 제 몫이지요."

'싱잉인더레인'은 8월3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작품 속 비가 내리는 장면의 연출을 위해 물 1만여ℓ를 무대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배우를 꿈꾸는 재능 있는 여배우이자, 락우드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캐시 샐든'은 그룹 '소녀시대' 멤버 써니와 뮤지컬배우 방진의, 최수진이 번갈아 연기한다.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린 영화배우 '리나 라몬트'는 뮤지컬배우 백주희와 그룹 '천상지희' 멤버 선데이가 나눠맡는다. 뮤지컬배우 이병권과 육현욱이 락우드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화려한 탭댄스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코스모 브라운'을 담당한다.

연출 김재성, 음악감독 변희석, 안무 정헌재, 무대 오필영, 조명 원유섭 등이 힘을 보탠다. 제작 랑. 6~13만원.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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