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화가 이중섭 연극 '길 떠나는 가족'…23년만의 무대

김한비 기자 | 기사입력 2014/06/16 [09:59]

아, 화가 이중섭 연극 '길 떠나는 가족'…23년만의 무대

김한비 기자 | 입력 : 2014/06/16 [09:59]

▲ 【제공=뉴시스】한국 근대 화단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이중섭(1916~1956)의 삶이 23년 만에 다시 무대 위로 옮겨진다.


 
한국 근대 화단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이중섭(1916~1956)의 삶이 23년 만에 다시 무대 위로 옮겨진다.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은 24일부터 7월13일까지 창작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을 23년 만에 공연한다.

1991년 초연한 작품으로 극작가인 김의경 백민역사연극원 원장의 대표작이다. 당시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연출과 이영란 미술감독의 동심을 자극하는 오브제로 호평 받았다. 그해 서울연극제 작품상과 희곡상, 연기상을 휩쓸었다.

식민시대와 조국분단 속에서도 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궁극의 작품을 그리고자 했던 이중섭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조명한다.

식민치하 일본 여인과 결혼, 1·4 후퇴로 인한 남하, 정신병원에서 죽음 등 예술가를 억압하는 시대적 상황과 경제적 빈곤이라는 극한상황에 맞선 치열한 예술혼을 몽환적인 무대로 그린다. 사실적인 무대장치 대신 살아 움직이는 상징이 눈길을 끈다. 그림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소, 아이들, 물고기, 새 등 이영란 디자이너의 오브제들이 이중섭의 예술세계를 생생히 표현한다.

서도민요와 흥겨운 트로트풍의 노래 등은 낭만적이고 리드미컬한 무대 구성에 힘을 싣는다. 총체극 '피의 결혼'에서 이윤택과 호흡을 맞춘 월드뮤직그룹 '반(VANN)'이 힘을 보탠다.

이윤택 연출은 "'길 떠나는 가족'의 성패는 관객에게 진심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단순히 평면적인 스토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 동아연극상 유인촌연기상 등을 거머쥐며 무대계의 블루칩으로 거듭난 배우 지현준이 이중섭을 연기한다.

명동예술극장은 "공연 홍보사진 촬영 때도 실제 이중섭의 사진과 헷갈릴 정도로 흡사한 풍모로 현장 스태프들을 놀라게 만들었다"면서 "외모에 더해 이중섭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이중섭의 아내 '이남덕'은 지난해 명동예술극장의 '햄릿'(연출 오경택)의 '오필리어'로 주목 받은 전경수가 맡았다. 초연 당시 '아이' 역을 맡았던 배우 문경희가 이번에는 중섭의 어머니로 변신한다.

연극 제목 '길 떠나는 가족'은 이중섭의 유화 '길 떠나는 가족'(1954)에서 따왔다. 흐드러진 꽃이 실린 달구지 위에 여인과 두 아이가 즐겁게 나들이를 떠나는 장면이다. 이 달구지를 소가 끌고 이 소는 어느 남자가 몰고 있다.

이중섭은 이 작품을 그리기에 앞서 경쾌한 필치로 밑그림을 그린 뒤 편지와 함께 일본에 있는 아이들에게 보냈다. "아빠가 엄마, 태성이, 태현이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아빠가 앞에서 황소를 끌고 따뜻한 남쪽 나라로 함께 가는 그림을 그렸다"고 편지에 적었다.

명동예술극장은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길 떠나는 가족' 그림이 무대에 재현된다"면서 "예술적 고뇌와 시대의 아픔 속에 방황했던 불운한 예술가가 비로소 자유와 행복의 세계로 떠난다는 의미가 함축됐다"고 밝혔다.

김의경 작가는 "이중섭은 조국의 화가였고, 국경을 넘는 인간애의 사나이였으며 자유와 평화의 염원으로 가득 찬 예술인이었다"고 평했다.

명동예술극장은 '길 떠나는 가족'을 레퍼토리화하는 것은 물론 해외공연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25일 오후 7시 '정명주 책임PD가 들려주는 작품이야기', 28일 공연종료 후 연출가 등이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 7월2일 오후 7시 '미술감독 이영란의 공연 속 무대이야기'를 진행한다.

조명·영상디자인 조인곤, 안무 김윤규, 작곡 반·전상민, 의상디자인 김경인, 분장디자인 최유정. 2만~5만원. 명동예술극장.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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