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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노벨상 위원회는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화해와 평화통일 추구 노력은 평화동일의 첫 물방울이었다"고 평했습니다. '첫 물방울'이라는 표현이 너무 좋아 가슴을 때렸습니다. 이와 함께 평생에 걸친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장정(長征)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수상 답사 중 "노벨평화상은 큰 영광이자 더 큰 책임이다. 남은 생을 인권과 평화, 화해협력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말씀이 특별히 기억됩니다.
그의 수상 22주년을 맞는 기념식과 학술회의가 8일 오후 김대중 도서관 컨벤션 홀(서울 동교동)에서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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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에서는 양재진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장의 인사말, 김성재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의 개회사, 김진표 국회의장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축사가 있었습니다. 김한길. 한 때 김 대통령님의 총애를 받았다가 尹캠프로 간 그가 축사에서 대통령님의 동서화해 노력을 상찬(賞讚)하는 게 가당찮게 보였습니다.
끝으로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의 <남북, 보통국가 관계와 평화>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이 있었고, 학술회의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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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회의에서는 장신기 김대중 도서관 사료당당관의 사회로, 류상영 연대 교수(전 김대중도서관장)와 배종윤 연대 교수(통일연구원장)가 각각 <김대중의 국민통합>과 <동북아 평화와 남북한 관계>에 관해 주제발표를 했습니다.
토론자로는 가상준 단국대 교수(분쟁해결연구센터 소장), 박상훈 국회 미래연구원 연구위원, 김용호 연대 정외과 교수 등 세 분이 추가로 참여했습니다.
매섭게 추운 날, 동토(冬土)의 길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건 이솝 우화처럼 따뚯한 햇볕입니다. 지금은 그 햇볕이 차단되어 있습니다. 현 정권은 햇볕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식의 초강경 일변도 정책만 밀고 나갑니다. 미국만 믿고 일본과 적극 손잡으려는 편향된 대북정책을 DJ의 4강 외교와 비교하면 아이와 어른 같습니다.
기조강연에서 송민순 전 장관은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격언을 소개하며,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하는 방안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과의 협상창구를 계속 열어놓은 가운데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 강화해 나가며 "핵개발의 직전 단계까지는 가 나아가 있어야 한다"는 좀 획기적인 제안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우라늄 농축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습니다.
학술회의 내용도 매우 좋았습니다만, 그 내용을 다 옮겨드리지 못해 안따깝습니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류상영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김대중도서관장)가 주제발표를 통해 김 대통령님의 '용서'에 대해 특히 많이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넬슨 만델라의 "용서하라, 그럼 네가 편해진다"는 말씀까지 인용하며,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장남(홍일)을 고문해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 전두환을 용서한 것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하나만 더 소개하면, DJ님이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이후락 전 국정원장이 대통령께 "외국에 나가 조용히 살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합니다. 이 때 김 대통령은 "나갈 필요 없다. 국내에서 아무 염려 말고 편하게 사시라"고 전했다고 합니다. 이순자 씨도 DJ 조문을 와서 이희호 여사께 "김대중 대통령님 때 제일 살기 편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하기야, 자신을 납치했던 박정희마저 이미 용서했던 김대중 대통령이었습니다. "위대하다"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게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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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따뜻한 행사도 병행해 있었습니다. 2015년에 만들어진 영호남 상생장학금(영호남 대학생 10 명) 수여식이 있었습니다. 이렇게라도 한 발 한 발 노력해서 영호남의 저 높은 벽을 허물어뜨리고 진정한 화합을 이루는 게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드는 길일 것입니다.
벌써 22년 전입니다. 2000년 12월 10일 필자는 청와대 공보비서관으로 대통령님을 모시고 오슬로에 가 수상식 현장에 있었습니다.
일생의 기쁨이고, 가문의 영광이었습니다. 존경하는 후광(後廣) 선생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정치 경제 민생 남북관계 등 모든 분야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이 나라, 집권 200여 일만에 결딴이 나고있는 당신의 조국, "이게 나라냐"고 다수 외치고 있는 사랑하는 국민들이 살아나갈 길을 제시해 주십사고 간청드립니다.
김기만. 바른언론실천연대 대표/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노조위원장/청와대 춘추관장/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