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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칼럼] 희생자의 명단 공개 ˝찬성한다˝:가디언21

[찬반 칼럼] 희생자의 명단 공개 "찬성한다"

유족들, '진퇴양난'의 난감한 상황에 빠져
유족들은 자신들의 입장 밝힐 수 있어야
정부, 희생자명단 비공개는 비열한 작태
민들레·더 탐사, 치열한 기자정신 보인 것

최충웅 바른언론실천연대 | 기사입력 2022/11/15 [16:48]

[찬반 칼럼] 희생자의 명단 공개 "찬성한다"

유족들, '진퇴양난'의 난감한 상황에 빠져
유족들은 자신들의 입장 밝힐 수 있어야
정부, 희생자명단 비공개는 비열한 작태
민들레·더 탐사, 치열한 기자정신 보인 것

최충웅 바른언론실천연대 | 입력 : 2022/11/15 [16:48]

 

희생자 명단 공개에 찬반 치열한 논쟁

 

<시민언론 민들레>와 <더 탐사>가 지난 14일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 각계 각층에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과연 그 판단기준을 누가, 어디에 둘 것인가가 관건이다. 

 

<민들레>는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또 “이름도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반영토록 하겠다”고 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희생자 명단이 유족 동의 없이 공개되지 않도록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들레>는 공개후 이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공개를 원하지 않는 일부 희생자의 명단을 ‘김00′, ‘이00′ 등과 같이 실명에서 익명으로 전환했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명단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찬반 입장도 팽팽하다. 국민의힘은 “패륜적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유족 다수가 명단 공개를 원치 않고 그것이 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이 매체는 패륜적 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은 줄기차게 '명단 공개가 추모'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동석한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유가족 중 명단이 공개되고 사진이 공개되면서 제대로 된 추모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갖고 계신 유가족이 상당수 있었다. 오늘 저희가 받은 느낌은 오히려 이 사건이 빠르게 잊힐까봐 걱정하실 분들이 대다수고, 156명 공개에 대해서 부정적 의견을 표명하는 유가족은 없었다"고 했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인 이태원역 1번 출구에 꽃들이 추도의 글과 함께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개인정보보호법상 문제 없어

 

민주주의는 정파에 관계없이 법치주의 요건에 따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관련법 조항을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는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하는 주체가 살아있는 개인에 대하여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특정가능한 정보를 공개할 때만 문제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이번 참사 희생자들은 이미 고인인데다 성명만으로는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민들레>와 <더 탐사>나 미사때 그 이름들을 불렀다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은 개인정보의 관리 주체도 아니다. 따라서 유족들 가운데 희생자 명단의 공개를 원하지 않을 경우에만 익명으로 처리하면 상식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기계론적인'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입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언론노조는 전날인 14일 "어떤 참사의 희생자든 추모와 애도를 받아야 할 유족이 요구하지 않았다면 그 신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보도윤리이자 고인에 대한 예의"라는 논평과 함께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언론노조가 이같은 '면피성' 논평을 낸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이번 명단 공개는 재난보도준칙 제11조(공적 정보의 취급), 제18조(피해자 보호) 및 제19조(신상공개 주의)를 모두 위반한 심각한 보도윤리 불감증의 결과"라는 이런 논평이 과연 회원사들의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치열한 고심 끝에 발표된 것일까. 지나친 '자기 검열'의 냄새가 난다. 

 

언론노조는 지난 2014년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의 이 조항들을 '금지옥엽'인양 핑곗거리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이 조항들은 좀 더 현실성 있게 제대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유수의 매체들이 국내외 희생자 상당수의 사진과 사연을 실명 보도하면서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주도하지 않았는가? 

 

언론노조의 이번 논평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태원 참사를 축소, 은폐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이같은 작태와 그 결을 같이 하는 어이없는 것으로 비쳐진다. 희생자들의 신상명세인 나이, 직업, 주소 등이 아니라 최소한 이름조차 보도하지 못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책무마저 소홀히 하는 것이다. 

 

지금 유족들 상황 어떤지 살피고 도움줘야

 

추모와 애도를 받아야 할 유족들은 지금까지 뿔뿔이 흩어져 있어 정부나 언론에 대해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힘조차 없는 '진퇴양난'의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서로 누가 유족인지도 모르는 마당에 어떻게 유족들이 모여서 활발한 의견수렴을 통해 언론 보도, 피해배상 집단소송 등에 관해 자신들의 입장을 공동으로 밝힐 수 있겠는가?

 

정부가 희생자의 이름, 영정, 위패도 없이 겉치레로 설치해 운영한 분향소는 그야말로 상식을 벗어나도 너무 벗어난 것이었다. 지금까지 공적인 분향소의 설치에 관한 관례와는 천양지차다. 

 

희생자 명단 비공개와 '얼굴없는' 분향소 설치는 유족들간의 공동 대처를 원천적으로 막고 일반 조문객들의 비탄과 울분을 잠재우려는 정부·여당의 비열한 작태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애도 물결을 최소한으로 막으면서 애도기간만 넘기고 나면 말단 경찰관 몇명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번 참사를 적당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저의가 깔려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민들레>는 공개 배경에 대해 “지금까지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 당국과 언론은 사망자들의 기본적 신상이 담긴 명단을 국민들에게 공개해 왔으나, 서울 이태원에서 단지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를 걷다가 느닷없이 참혹한 죽음을 맞은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면서 "참사 발생 16일 만에 이름을 공개한다. 진정한 애도 계기 되길 (바란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들레>나 <더 탐사>가 참다 못해 뒤늦게나마 '고육지책'으로 희생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른 언론사들도 진작에 심사숙고했어야 할 일이었다. 먼저 언론인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반문해봐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과연 '역지사지' 해서 희생자 유족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후속 관련기사를 제대로 보도했는지를.

 

이런 점에서 용기있는 두 매체의 희생자 명단 공개는 '보도 윤리의 불감증'을 넘어 오히려 언론의 정도를 가고자 하는 치열한 기자정신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     ©가디언21

 최충웅 칼럼니스트는 경향신문 걸프전 종군특파원을 지냈다. 문화일보 재직중 북ㆍ중 국경 기아현장 밀착취재로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사회부 사건/행정팀장, 국제문제 전문기자를 거쳐 국회 국방위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현재는 바른언론실천연대(언실련) 및 새언론포럼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더칼럼니스트 11.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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