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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분명히 사과하고 책임자 문책해야:가디언21

정부는 분명히 사과하고 책임자 문책해야

안이하고 미숙한 행정이 불러온 인재(人災)
정부, 서울시, 경찰 모두 '안전' 챙기지 않아
尹, 경호 피로 높이고 '협치' 팽개친 탓도

가디언21 | 기사입력 2022/11/01 [20:21]

정부는 분명히 사과하고 책임자 문책해야

안이하고 미숙한 행정이 불러온 인재(人災)
정부, 서울시, 경찰 모두 '안전' 챙기지 않아
尹, 경호 피로 높이고 '협치' 팽개친 탓도

가디언21 | 입력 : 2022/11/01 [20:21]

 

세월호 비극의 재판 

 

이태원 핼러윈 축제 대참사는 피해 규모 면에서, 안전불감증 면에서, 그리고 희생자 대부분이 10~20대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세월호' 비극의 재판이다.

 

이 축제는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3년만에 처음으로 열린다는 점에서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으로 미리 예상됐다. 하지만 경찰과 구청, 서울시, 행정안전부 등 행정 당국의 무사안일한 대응으로 엄청난 인재(人災)가 발생한 것이다. 31일 오후 2시 현재 사망자 154명(외국인 14개국 26명 포함),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사건 당시 현장에서 힘에 의해 밀고 밀린 젊은이들이 아니다. 이 사고를 미리 대비해서 예방하지 못한 용산구청과 서울시 그리고 정부의 탓이 크다. 

 

3년 만에 ‘노마스크’ 핼러윈 축제가 열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용산구청과 시울시는 자신들이 주최한 행사가 아니라며 발뺌하고 있다. 용산구와 서울시가 주최한 게 아니다보니 별도의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데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참사를 최악으로 몰아간 것은 경찰이 좁고 비탈진 골목길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역 출구가 있는 대로와 통하는 대피로 역할을 하는 통행로가 폭 4~5m의 골목 2곳에 불과했다. 일시에 사람들이 이 골목으로 쏟아져 나오면, 4~5겹의 사람들이 깔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 때문에 행사 참가자들의 대피도, 구급대의 진입도 어려웠다. 또한 소방당국 및 경찰의 부상자 이송도 쉽지 않았다.

 

압사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당시 무단 주차 등으로 도로가 혼잡했던 탓에 구급대원들이 신고 직후 바로 진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전 안전대책 부족과 참사 발생후 우왕좌왕하는 사후조치는 세월호 비극을 그대로 육지로 옮겨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 29일 밤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 영향으로 대구에서 열리던 '2022 대구 핼러윈축제'가 30일 취소됐다. 사진은 행사장 앞에 설치된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 애도 현수막. 사진= 연합뉴스     ©가디언21

 

주최자 없는 행사, 안전대책도 없어

 

미리 예측된 이번 축제에서 왜 이런 어이없는 대형 사고가 터졌을까? 코로나가 덮치기 전인 2017년에는 무려 20만 명 안팎의 유동 인파가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큰 사건사고없이 잘 치러졌었다. 그 이유는 경찰과 관계 공무원들의 철저한 현장 안전통제 덕분이었다. 그 당시 서울시는 지하철역을 통제하는 한편 경찰 병력은 곳곳에 배치되어 폴리스 라인을 설치해 병목현상을 막고 질서정연하게 인파를 유도했었기 때문이다. 특히 비탈지고 비좁은 골목길에도 경찰 병력을 배치해 쌍방통행이 아닌 일방통행만 하도록 통제함으로써 대형 압사 사건을 미리 예방했었다.

 

올해의 경우, 경찰은 하루 10만 명 정도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예년보다 훨씬 적은 병력을 배치함으로써 대참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이태원에 최초 배치된 경찰 200여 명은 안전사고 예방이 아닌 마약 및 성범죄 단속을 위해 투입된 병력이다.

 

용산 경찰서는 상급 경찰청에 추가 병력 지원을 요청했어야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을 마련해 대형 참사에 미리 대비해왔다. 지역축제 행사장의 안전관리와 관람객의 동선 유지를 위하여 동선 관리 계획과 안전선 설치 계획을 수립하여 일시에 몰려드는 관람객의 집중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간축제의 위험성을 콕 집어 강조한 이 매뉴얼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책임 가리려는 사고수습인가

 

안전사고 예방을 책임지는 경찰 병력 수가 부족했던 또다른 원인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급작스레 이전함으로써 출퇴근 시 경호병력이 크게 늘어난 점이 부각될 수 있다. 이번 축제에는 경찰병력이 2백여명 배치된 반면 윤 대통령 출퇴근 시 경호병력은 7백여명에 이른다. 이는 이번 축제에 경찰 병력이 예년만큼 충분히 배치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이다.

 

또한 윤 대통령이 여야 간 협치가 아닌 대결과 갈등을 자초함으로서 보수와 진보 세력 또는 노동계 집회가 폭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태원 축제에 충분한 경찰병력을 배치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서울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의 경비 병력 상당수는 광화문 쪽으로 배치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장관은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해 주무장관이 안전대책 인식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경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30일 비상 체제로 전환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검찰은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각각 대응에 나섰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봇물 터지듯 여러 가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수습안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들을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경찰이 업소 주인들을 대상으로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사건은 골목길 위에서 벌어졌는데 업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황당한 것으로 비쳐진다. 또한 당시 사건 현장에서 마약을 한 사람들이 있었는지 또는 관련 제보가 들어온 게 있었는지 조사해보겠다고 하는 무책임한 언급은 사건의 원인과 책임을 호도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망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와 함께 서울시나 행정안전부가 아니라 검찰이 주도적으로 사고대책본부를 꾸렸다는 소식에도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사고 원인에 대한 시민들의 원성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경찰병력 부족 탓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참사와 관련, 사태를 수습한 후 준비된 매뉴얼대로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안이하고 미숙한 행정 당국의 수뇌부에 대한 엄중한 책임 조치는 필히 취해져야 할 것이다.

 

※ 최충웅 칼럼니스트는 경향신문 걸프전 종군특파원을 지냈다. 문화일보 재직중 북ㆍ중 국경 기아현장 밀착취재로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문화일보 사회부 사건팀장ㆍ행정팀장과 국회 국방위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현재는 바른언론실천연대(언실련) 및 새언론포럼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출처: 더 칼럼니스트 2022.10.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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