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우리 노랜 마약, 인디 팝 듀오 '프린세스디지즈'

허재희 기자 | 기사입력 2014/06/13 [11:33]

[interview] 우리 노랜 마약, 인디 팝 듀오 '프린세스디지즈'

허재희 기자 | 입력 : 2014/06/13 [11:33]
▲ 프린세스디지즈의 노래를 아예 안 들을 수는 있지만 한 번 듣고 다시 안 들을 수는 없다. 그들의 노래는 '마약'이다.


자주 우리는 부부의 얼굴이 무척 닮아 놀란다. 살면서 닮아가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닮은 사람에게 반하는 경우도 많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잘생기거나 예쁘진 않아도 ‘나 정도면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인디 팝 듀오 ‘프린세스디지즈’의 팀명은 여기서 시작됐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뻑’을 자신들에게서도 발견했고, 왕자병 보다는 좀 더 보편적 쓰임인 ‘공주병’에 안착했다. ‘병’에 음악으로 리스너들을 병에 걸린 것처럼 ‘매료’시키자는 의미도 더했다. 멤버의 이름은 개인의 특징을 살려 각각 ‘공주’와 ‘병’을 담당했다.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보컬은 ‘백설’, 하루에도 기분이 수십 번 왔다 갔다 하는 프로듀서이자 코러스는 ‘조울’.
 

프린세스디지즈는 자신들의 ‘매력’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매력을 인지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심지어 지난 5월 발매된 싱글 음원의 제목은 ‘매력덩어리’다. “그대는 매력덩어리”라며 “자꾸만 매력 남발 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작사․ 작곡은 물론 앨범의 전반적 프로듀싱까지 담당하는 조울은 ‘한 번 들으면 딱 꽂히’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기존 프린세스디지즈의 발랄함에 또 발랄함을 더하고 대중적인 멜로디를 사용했다. 기타의 주법 등도 하와이한 와이키키 스타일을 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에 맞는 의상도 직접 준비했다. 뮤지션 야야가 도움을 준 뮤직비디오까지 무척 마음에 들게 나왔는데 소속사를 나와 직접 홍보를 하려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회사를 나온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고. 프린세스디지즈는 자신의 음악 세계에 좀 더 집중하는 인디씬 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대중음악을 지향한다. 처음부터 대중음악에 발을 들이지 않은 것은, 인디의 과정을 거쳐 올라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 앨범이 인디 성향이 짙은 곡들로 채워지고, 후에 점점 대중적인 음악들이 늘어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들의 뮤즈는 조울이 소속 작곡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JYP'다. 조울은 JYP의 음악 스타일에는 대중에 친숙하면서도 국내엔 없는 신선함이 있다고 말한다.
 

많은 뮤지션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세월호 사건 때는 ‘매력덩어리’를 녹음하고 있었다. 백설은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이미 잡혀 있는 일정이라 진행은 해야 하는데, 전혀 감정이 살지 않았다. ‘매력’ 부분을 부르는 데 조울이 슬프게 들린다며 몇 번이나 다시 하게 했다.” 차분한 발라드로 위로를 전할까도 생각했지만 섣부른 위로로 상업적 오해를 살까 싶어 싱글 발매일을 늦추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세월호 이야기 후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프린세스디지즈의 매력이 뭐기에 지난해 6월 있었던 첫 단독 콘서트 ‘매진’을 기록했는지 물었다. 백설과 조울이 각각 서로의 매력으로 꼽은 건 ‘반전’. 백설은 조울이 겉으로 보기엔 살집이 있는 외모와 달리, 조울의 머릿속엔 한 마리 ‘여우’가 살고 있다고 했다. 굉장히 똑똑하고 음악 작업을 할 때도 매우 치밀하다고. 조울은 백설은 겉으로 보기엔 까칠해 보이지만 실은 여린 감수성을 가진 것을 그의 반전 매력으로 꼽았다.
 

프린세스디지즈는 ‘마약’ 같은 뮤지션을 꿈꾼다. 한 번 프린세스디지즈의 노래를 들으면 또 듣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자신들이 작업한 노래를 들었을 때, 공감이 안 되고 재밌지 않으면 발매하지 않는다. 그들은 더 많은 이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때론 위안과 행복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프린세스디지즈의 다음 소통의 창구는 가을에 열린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인디스러운 어쿠스틱 팝에 무게를 뒀다면, 가을에 예정 중인 싱글에선 미디 사운드를 약간 더 가미해 대중가요 느낌을 내려고 한다. 우리만의 색에 대중적인 색을 입히는 거다. 재미는 기본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월드문화 많이 본 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