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포스코 본사앞 설치된 공공조형물 아마벨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 본사건물 앞에는 1997년 무게 30톤의 매머드급 공공조형물이 들어섰다. 커다란 덩치에 형태가 매우 그로테스크Grotesque한데 네이밍은 어울리지 않게 예쁜 '아마벨'이란 타이틀이 붙었다. 처음엔 아마벨과 캐미맞지 않는 흉물스런 모습에 행인들이 포스코 측에 항의전화를 걸어 기분 나쁘다며 당장 저 물건을 치우라고 난리였다. 게다가 당시 나라가 초유의 IMF 사태를 겪는 와중에 조형물 가격이 30억 원이란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악화됐고 심지어 "당신들 미쳤어. 돈 지랄 아냐" 라는 말까지 튀어 나왔다. 당황한 포스코 측에서 아마벨을 미술관에 기증하려는 카드를 만지작 댔다. 그러자 원작자인 세계적인 조형물 대가 프랭크 스텔라가 이를 강력히 반대했고 포스코는 사면 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아마벨 앞에 나무를 심어 보이지 않게 땜빵을 하고 말았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었던 아마벨에는 심오하면서도 안타까운 스토리가 오롯이 담겨 있다. 한국의 대표적 철강기업 포스코는 차가운 철(鐵)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철 예술의 대가 프랭크에게 조형물을 의뢰했고 그는 비행기 잔해를 모아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마벨의 원제(原題)는 "꽃이 피어나는 구조물 Flowering Structure"이다. 하지만 ‘아마벨 Amabel'이라는 부제로 더욱 잘 알려져 있는데 품고있는 사연은 이렇다.
원설계자 프랭크가 포스코 측의 의뢰작품을 거의 완성해갈 무렵 작가의 절친딸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지는 일이 벌어지자 큰 충격에 빠졌다. 그리곤 19세 꽃다운 나이에 요절한 아마벨의 이름을 자신의 조각품 부제로 붙였다. 이런 애절한 사연을 포스코 측에서 미리 홍보 마케팅을 했다면 아마벨이 받았던 그간의 참기 힘든 수모(受侮) 는 아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시에 딱딱한 철강기업 이미지도 충분히 순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아마벨은 2016년도 '공공미술 대상'을 받아 그간 설움과 한을 어느정도 씻게 됐다. 아마벨은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며 그때 보이는 건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란 사실을 입증하는 대표적 모델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