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혁한방] '세계 한인처'가 답이다.

가디언21 | 기사입력 2022/12/11 [20:03]

[허준혁한방] '세계 한인처'가 답이다.

가디언21 | 입력 : 2022/12/11 [20:03]


재외동포전담기구 신설을 둘러싸고 행정조직상 ‘청’이냐 ‘처’냐에 관한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은 이미 90년대 초 김영삼 문민정부 당시 ‘교민청’ 또는 ‘동포청’와 관련한 구체적 논의와 실무적 검토가 있었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광범한 재외동포업무를 ‘청’이라는 단일기구에서 소화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외교적 마찰, 부처간 갈등 등이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종내에는 ‘한시적’ 또는 ‘과도기적’인 기구를 출범시키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이에 따라 1996년 5월 재외동포정책위원회에서 정부조직법상 기타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재단’의 형식을 갖추기로 하고, 1997년 7월 재외동포재단법 시행령(대통령령 제 15442호)을 공포, 그 해 10월 재외동포재단이 출범하게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재외동포청’의 설립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과감한 결정도 못된다. 김영삼 정부 당시 ‘재외동포청’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만들기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재외동포문제를 보다 더 큰 그릇에 보다 담기 위해 ‘재단’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제와 25년 전의 과거와 똑같이 돌아간다는 것은 우매한 일이다. 

 

재외동포재단이 겪어온 시행착오와 애로, 그리고 축적해온 노하우들을 이제는 제대로 된 그릇에 담아야 한다. ‘청’은 외형상으로는 부 소속하에 독립된 조직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제7조 제4항에 의하면, 각 행정기관의 장・차관이 중요 정책수립에 관해 소속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령을 통해 부의 장관이 소속 청장을 어떻게 지휘할 것인지도 명문화하고 있다.

 

이는 행정부의 국회에 대한 책임 때문이다. 국회는 국무위원인 장관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어 해임건의를 할 수 있는데, 국무위원이 아닌 청장에 대해서는 소관 부의 장관이 책임지고 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청’은 사사건건 부의 통제와 감독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재외동포전담기구가 ‘청’이 된다면 인사, 예산, 조직, 법령 제・개정 등과 같은 중요한 행정 관리 활동들에 대해 청장은 장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업무 진행도 상위 부 조직을 경유해 할 수밖에 없다. 해당 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 업무 자체가 바뀌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법령제정권은 헌법 제95조에 의거, 국무총리와 행정 각 부의 권한으로 규정되어 있어 헌법 개정 없이는 청의 법령제정은 불가능하다. 이렇듯 청은 소속 부가 얼마든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체계다. 이 뿐만 아니다. 재외동포재단을 동포청으로 하면, 청장은 정무직으로 차장 한 명을 두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세계한인을 위한 전담기구는 이제 그 규모에서나 활동 면에서 반드시 확대·강화되어야 한다. 재외동포청의 이름으로 설립이 기정사실화하고 있음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청’이 되면 ‘부’가 옥상옥이 되어 영향을 가하기 때문에 그만큼 동포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소통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의 문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처’가 되어야 한다. 

 

차제에 ‘재외동포’라고 부르기보다 '세계한인'이라는 고유명사로 표기하는 것이 타당하다. 전 세계 한인단체들이 각 거주국과 거주대륙의 이름을 앞에 내세우지만, 재외동포라는 용어는 어디에서도 사용하지 않는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나 유럽한인회총연합회는 있지만 미주재외동포연합이나 유럽재외동포연합이라는 단체는 없다. 

 

세계한인회장대회나 세계한상대회, 세계한인언론인대회, 세계한인체육대회는 있어도 세계재외동포대회나 세계재외동포상공인대회, 세계재외동포언론인대회, 세계재외동포체육대회는 없다. 정부도 10월 5일을 '재외동포의 날'이 아니라, '세계한인의 날'이라 칭하고 있지 않는가? 

 

재외동포들을 중심으로 회자되어온 ‘재외동포청’은 과거 교민청, 교포청 처럼 동포전담기구의 필요성을 상징하는 명칭일 뿐이다. 정부조직법상의 정식명칭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재외동포’라고 불러야겠는가?

 

의지를 가지고 ‘세계한인처’를 만들자. 이왕 만들기로 한 것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처’와 ‘청’을 놓고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설립이 지연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세계한인처”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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