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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맴버 태연이 명품가방에 쑤셔넣는 불량식품:가디언21

소녀시대 맴버 태연이 명품가방에 쑤셔넣는 불량식품

동시성과 비동시성이 혼재된 요즘 세태
프리드만의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책 떠올라
새벽을 알지만 눈뜨지 않으면 칠흑일 뿐이다
The Show Must Goon

박문혁 바른언론실천연대 | 기사입력 2022/11/15 [13:28]

소녀시대 맴버 태연이 명품가방에 쑤셔넣는 불량식품

동시성과 비동시성이 혼재된 요즘 세태
프리드만의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책 떠올라
새벽을 알지만 눈뜨지 않으면 칠흑일 뿐이다
The Show Must Goon

박문혁 바른언론실천연대 | 입력 : 2022/11/15 [13:28]


'간식에 진심인 태연'이란 타이틀이 붙은 틱톡 동영상속 걸그룹 소녀시대 맴버 태연(김태연)이 등장해 바구니에 잔뜩 담긴 소위 불량식품인 옛날  먹거리를 보고 환호한다. 그러더니 제일먼저 기자의 어릴적 최애간식 밀크카라멜을 집더니 한 개를 까서 입에 넣는다. 그리곤 차례대로 바구니에 담긴 간식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그리곤 자신의 핸드백을 열더니 그 중 마음에 드는 간식 몇개를 주섬 주섬 챙겨 백속으로 쑤셔넣는다. 순간 명품백 루이비통 고유의 로고가 화면 가득히 채워지는 간접광고PPL 시나리오에 기자는 동시성과  비동시성이 혼재된 세상에 아찔함이 왔고 이 칼럼을 쓰게된 동기가 됐다. 명품백에 챙겨넣는 불량식품이란 극과극이 만나는(Extremes Meet)컨셉이 아무래도 인위적이고 황금만능주의 상술적 뉘앙스가 강력히 풍겨왔다. 기자가 보기엔 다소 거슬렸지만 2대녀인 지인에게 같은 동영상을  보내 줬더니 기자의 생각 자체가 꼰데같단 핀잔이 돌아왔다.

 

아재감성을 탓하기보다 이토록 대척점에 놓인 두 가지 사물이 한 자리에 오브제로 등장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며 동시성과 비동시성 개념이 떠올랐다. 전혀 다른 시대에 존재해 매칭될 것 같지  않은 사회적 요소들이 같은 시대에 버젓이 공존하는 기이한 현상을 가리킨다. 복합적중층성  (complex overdetermination) 또는 불균등 연합발전(uneven and combined development)이라고도 부른다.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가 1930년대 독일 사회를 규정하면서 쓴 용어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현재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오늘 눈에 보일 수 있다는 사 실을 통하여 외형적으로만 동일한 현재에 존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수 십년전에 읽었던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가 연상됐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이 쓴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The Lexus and the Olive Tree)는 다양한 비유와 일화들을 통해 세계화를  가장 훌륭하고 재미있게 다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책이다. 프리드먼은 '세계화는 덫인가, 기회인가' 라는 부제를 단 '렉올'에서 최첨단의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최고급 자동차 '렉서스'와 과거 전통을 상징하는 '올리브나무'를 극적으로 대비시켜  세계화 체제가 균형감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프리드먼은 세계화를 내키든 혐오하든 빼박캔트로 찾아오는 새벽Dawn에 비유했다. 저자는 '새벽이 있음을 알지만 눈을 뜨지 않는 자에겐 여전히 칠흑같은 어둠'이란 말을 강조했다. 새벽같이 다가온 세계화가 냉전Cold War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시스템으로 이미 자리잡았다고 이 저서 '렉올'을 통해 선언한다.

 

날씨가 갑자기 무척 쌀쌀해진 요즘이다. 투윈데믹을 넘어 멀티데믹이란 초유의 위기를 인류가  아무런 준비없이 동시에 맞닥들였다. 새벽녘 얼핏 잠이 깨 시계를 보니 아직 두 시간이나 더 잘 수 있다는 안도감에 입맛을 다시며 다시 따스한 이불속으로 파고들어 자는 잠을 '꽃잠'이라 한다.  이런 꽃잠을 마다해 이불속 포근함을 과감히 떨쳐내고 일어나 일터를 향하는 이가 있다. 그는 꽃잠이 싫기보다 자신과 가족의 미래가 더욱 소중  하기 때문이다. 브루터스가 시저에게 칼겨눈 이유도 조국 로마에 대한 사랑이 시저를 넘은 탓이며 매헌 윤봉길 선생이 일왕에게 도시락 폭탄을  던진 이유도 꽃잠 마다한 흘러 넘치는 애국심 때문이다. 하이패스가 고속도로 요금소에 설치되기 전까진 톨게이트앞 늘어선 차량행렬에 그 누구도 의문점을 갖거나 항의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차를 멈추지 않고 요금소를 통과할 수 없음을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한 일로 받아 들였다. 하지만  이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고 당연함을 강요  하는건 나쁜 짓이 됐다. 길(道)도 처음엔 길이 아니었다. 꽃잠 마다코 새벽에 박차고 일어난 최초의 1인이 세상에 없는 길을 용감히 걷자 다른 이들이 그 뒤를 따라 밟는 일이 이어져 비로소 길이  된 것이다. 기자가 까까머리 중학생때 담임이자  사회샘이 말했다. "머잖아 먹는 물이 석유보다 비싼 시대가 온다"고 말이다. 우리들은 책상을 두들 기며 비웃었고 샘을 뒤에 가서 바보라고 욕했다.  하지만 샘이 말한 그런 일은 너무도 순식간에 서슬퍼런 비수의 팩트로 변해 우리의 만성적 고정관념의 살점을 여지없이 도려냈다. 이처럼 변화는 불가피한 고통을 수반해 극렬한 저항을 불러  온다. 오늘 억지로라도 걷지 않으면 내일은 뚸야는게 인생 섭리다. '동시성의 비동시성'이란 독한 모순 속에서도 세상 진보를 위한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The Show Must 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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