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 수훈(受勳). 한국언론을 고발한다!

가디언21 | 기사입력 2022/04/28 [10:51]

송영길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 수훈(受勳). 한국언론을 고발한다!

가디언21 | 입력 : 2022/04/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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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년 1월 13일,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가 에밀 졸라(Emile Zola)는 로라(L'aura. '여명'이라는 뜻.)지에 "나는 고발한다ᆢ!"(J'Accuseᆢ!)라는 글을 쓴다. 조작된 드레퓌스 대위 간첩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자 이에 가담한 무리들을 고발하는 용기의 글이었다. 이 글로 드레퓌스는 혐의를 벗고, 진실이 밝혀진다.

 

필자는 오늘 에밀 졸라의 심정으로 대한민국 언론을  고발한다.

언론계 입사로 치면 올해로 42년째 짬밥인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고발한다"는 표현까지 쓰는 게 부담은 된다. 

 

그러나 엄중하게 묻는다. 특히 레거시 미디어들에게 묻는다. 일선 기자에서부터 부장, 국장, 편집인, 발행인, 사장, 실질적 소유자 모두에게 묻는다. 우리 언론이 언론인가? 밖에 나가 "나는 거리낄 것 없는 당당한 저널리스트요"라고 외칠 수 있는 후배가 있는가?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 뉴욕타임스(NYT)의 모토는 "보도하기에 적합한 모든 뉴스를 보도한다"(All the news that's fit to print)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주요 언론들의 모토, 제작원칙, 기준은 무엇일까? "없다"가 정답이다. 제 멋대로, 저희들 마음먹은대로라고 해도 막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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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적으로 얘기하겠다.

어제(26일) 오후 송영길 의원(전 민주당 대표)에게  프랑스 정부가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는 행사에 초청받았다. 개인적으로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도 잘 알거니와,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출신으로 불어가 되기 때문에 이 행사에 참석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필자는 오늘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관훈클럽 공부방'에 나가 모든 조간신문을 샅샅이 뒤졌다. 단 한 줄의 기사도 없었다. "이럴 수가!ᆢ".  탄식이 터져나왔다.

 

알만한 언론사 사장과 편집국장 후배 서너명에게 전화했다. 답은 비슷했다. "어제 보도자료가 좀 늦게 왔다고 합니다", "사람들 란은 경쟁이 심하잖아요?", "실무 기자들이 빠뜨렸나 본데, 김 선배 요즘은 사장이라도 편집권 간섭 잘 못합니다ᆢ". 

 

그 중 한 후배가 필자가 보기엔 그래도 솔직한 답을 해줬다. "선배님, 솔직히 선거철인데 송영길 후보만 띠워줄 수 없는 측면도 있을 겁니다".

 

말문이 막혔다. NYT를 보라. "보도하기 적합한 모든 뉴스"가 유일한 기준이지 않은가? 어떠한 정치적 판단도, 신문사의 좌우 이념도 끼어들 필요가 없다. 뉴스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하면 가장 공정하고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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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송영길 레지옹 도뇌르 훈장 수훈(受勳)의 뉴스가치를 필자가 유력 일간지 편집국장이라 여기고 판단해 보겠다.

 

첫째,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처음 받는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예'이다. 이 훈장은 1802년 나폴레옹 보나팔트가 처음 만든 것으로 세계 어느 유명인이라고 해도 엄청난 영광으로 여기는 훈장이다. 

 

레지옹 도뇌르 훈장에는 5개 등급이 있다. 최고가 그랑 크로와. 프랑스 전현 대통령이 받는다. 우리나라에 받은 사람 없다. 두번 째인 그랑 도피시예. 역시 수훈기록 없다. 

세번째 등급인 꼬망되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민간인 수훈자는 없고, 전직 주불대사들이 일부 꼬망되르를 받긴 하는데, 이건 또 정상적인 레지옹 도뇌르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4등급인 오피시예를 받은 한국인은 한 자리 숫자이다.  한불관계 증진에 공로가 컸던 한진그룹 창업자인 고 조중훈 회장, 이창동 전 문화부장관(소설가, 영화감독), 한국인 교포2세 미군 대령 김영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정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이다.

 

난다 긴다 하는 분들도 대부분 맨 끝의 5등급인  슈발리에를 받았다. 지휘자 정명훈, 영화감독  임권택,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채영복 전 과기부장관,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등이 모두 슈발리에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훈한 한국의 첫 정치인이다. 더욱이 지난 2009년 슈발리에를 이미 받았고, 이번엔 한 등급 높은 오피시예를 수훈했다. 한불의원친선협회 회장을 4년 하는 등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이다. 우리 정치권의 경사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 지적할 것은 우리 언론의  지독한 불공정성(不公正)성이다. 지금까지 장관,  예술인, 기업인, 외교관 그 누가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을 때라도 크고 작은 이러저러한 기사가 있었다. 이번처럼 단 하나의 종이신문도, 단 한 줄도 쓰지 않는 경우는 처음 본다. 이건 언론의 고의적인 '집단 따돌림(이지매,イジメ)'이 분명해 보인다. 꼭 그래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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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화가 나서 오늘자 조석간 신문들이 '사람들', '동정란' 등에 다룬 별 영양가 없어보이는 기사들을 모아보았다(사진).

 

중앙일보는 '제1회 박만훈상 시상식'을 사진과 함께 썼다.

조선일보는 '2021  자랑스러운 성균인상'을 인물사진과 함께 썼다.

 

한국일보는 '한국해양기자협회 출범'을 다루었다. 한겨레신문은 12.12에 가담했던 '황영시 전 감사원장 부음' 기사를 사진과 함께 꽤 크게 썼다.

 

동아일보도 중앙일보가 쓴 '박만훈상' 기사를 내보냈고, 서울신문은 '한교총이 울진 산불 이재민에 주택 35채(350채가 아니다)를 무상 제공한다'는 기사를 돋보이게 썼다. 석간 문화일보는 "전경련, 독일대사 초청 간담회'를 눈에 띄게 다루었다. 

 

자, 여기서 언론사 편집 책임자들께 묻는다. 지금 열거한 어떤 기사도 객관적인 뉴스가치로 판단할 때, 송영길 훈장 수훈보다 더 무게가 나가는 게 하나라도 있는가?

 

해도 너무 한다. 이 시대 언론에 종사하는 후배들이여. 피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 "보도할 가치가 있는 모든 뉴스를 보도한다"는 NYT의 단순명쾌한 제작원칙만 지키려고 노력해 보시거라. 

 

비틀고, 왜곡하고, 전가의 보도인 양시양비로 후비고, 아예 빼버리고 하는 못된 '횡포의 늪'에서 이젠 좀 빠져나올 때도 되지 않았는가?

 

슬프고 원통한 일은 필자가 당부하는 이 불편부당(不偏不黨), 엄정중립(嚴正中立), 진실추구(眞實追求)는 언론인의 ABC라는 점이다. 특별한 주문이 아니다.

 

21일 타계하신 한승헌 변호사님은 자신이 '1세대 인권변호사'이지만 그 단어를 싫어하셨다. 변호사는 당연히 인권보호가 기본 책무인데, 인권변호사라고하면 '역전앞', '헤엄 잘 치는 수영선수'처럼 이상한 말이 된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준용하면 기자가 중립 지키고, 공명정대하며,  진실찾기에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요, 지상명령이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

 

후배들이여. "송영길 훈장을 그런 기본 원칙과 자세로 다루었는가"라고 묻는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있듯이 우리의 가슴에는 양심의 별이 있다"고 임마누엘 칸트는 말했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사람들, '동정란' 기사에서 오늘 필자는 한국언론의 적나라한 민낯과 위기의 본질을 직시한다. 

 

잠이 너무 길다. 겨울이 오래 전에 갔고, 춘설(春雪) 난분분(亂粉粉)한 봄 아닌가? 빨리 미몽(迷夢)에서 깨어나는 한국 언론이 되기를 할 선배가 간곡히 기원한다.

 

김기만. 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노조위원장/바른언론실천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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